Moon Evolution 780D Stream

심오디오는 1980년에 창립된 캐나다의 전문 오디오 브랜드이다. 동사는 설립 초기부터 오디오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고품질과 고성능의 하이엔드 제품 개발을 추진하였고, 북미시장을 중심으로 꾸준히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제품 개발의 경우 외주나 OEM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의 개발력으로 승부하는 브랜드로 유명하다. 특히 디지털 플레이어와 스트리밍 네트워크 오디오 제품이 등장하면서, 더더욱 심오디오의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할 것이다.

동사는 역시 문(MOON)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1997년 문 시리즈의 시작으로, 2005년 문 에볼루션 시리즈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리뷰에 앞서 최근 오디오 트렌드의 변화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불과 1~2년 전만해도 DSD DAC가 화두가 되었다면, 이제는 DSD DAC 기능은 기본이고, 스트리밍 플레이어가 이슈의 중심이 되고 있다. 이를 위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면, 브랜드만의 전문적인 디지털 기술과 애플리케이션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것. 이런 것들이 준비되지 않는다면, 새로운 오디오 트렌드에 뒤처지게 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심오디오는 역시 준비된 브랜드로 최근 들어 더욱 이들의 가치가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이번 리뷰에서는 심오디오의 에볼루션 시리즈 모델 중 최상위 스트리밍 플레이어인 780D를 다루게 되었다. 2016년의 시작과 함께, 최근 핫이슈 제품으로 가장 주목받고, 부각되는 스트리밍 플레이어 겸 DSD DAC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780D의 특장점들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로 DAC부의 성능과 하드웨어적인 사양이다. 사용한 DAC 칩은 가장 잘 알려진 ESS 사의 사브레32 레퍼런스 타입인 ES9018S가 사용되고 있다. 이 칩의 경우는 8채널을 지원하는 DAC로 1채널 모노로 사용 시 최대 135dB의 다이내믹 레인지를 제공하는 하이 퍼포먼스 칩이다. 780D에서는 스테레오 각 채널에 하나씩 장착하여 총 2개로 사용함으로써 ES9018S의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렸고, 펨토(Femto) 급의 낮은 지터와 디스토션을 통해 디지털 노이즈를 최소화하고 있다. 그리고 DAC의 출력부는 OP 앰프를 통해 풀 디퍼런셜 회로 구성, 풀 밸런스의 아날로그 출력을 지원하고 있다.

두 번째로 동사가 강조하는 전원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원부의 경우 문 시리즈가 추구하는 MHP(Moon Hybrid Power)의 고성능 하이브리드 방식이 사용되어, 고속 디지털 스위칭 방식과 아날로그 리니어 방식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전원부에는 2개의 M-LoVo(MOON Low Voltage)DC 레귤레이터 회로를 장착하고, 4개의 i²DCf(Independent Inductive DC Filtering)를 설치하여 DAC 칩과 OP 앰프 등에 공급되는 전원을 완벽히 처리, 전체 시스템의 퀄러티를 한층 끌어올렸다. 참고로 전용 전원 공급 모델인 820S와 연결이 가능한데, 후면에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DC 전원을 별도로 공급할 수 있도록 전용 XLR 단자를 마련해 두어 레퍼런스 등급의 플레이어의 콘셉트를 지향하고 있다.

세 번째로 문 시리즈의 전용 네트워크 디바이스 솔루션인 MiND(MOON intelligent Network Device)를 기본으로 내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부가 기능 및 부가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으며, 아이패드나 아이폰을 통해 연결과 동작이 가능하도록 전용 애플리케이션인 Moon MiND를 제공한다. MiND 어플을 통해 다양한 기능들을 사용할 수 있는데,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스트리밍 오디오 서비스인 타이달(Tidal)이며, 부가 서비스로 VTuner 인터넷 라디오와 UPnP를 지원한다. 참고로 플레이 한 곡은 자동으로 플레이리스트에 저장되도록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편리성을 강조한 다양한 부가 기능들을 살펴보아야 한다. 먼저 apt-X 코덱을 지원하는 블루투스가 내장되어 있어 간단한 페어링을 통해 스마트폰에 있는 음악을 전송하여 재생이 가능하다. 이더넷과 와이파이 역시 지원하는데, 이젠 필수이기에 부연 설명은 생략하도록 하겠다. 디지털 입력은 PC와 연결을 위한 USB 입력, AES/EBU, 3개의 코액셜, 2개의 옵티컬을 지원한다. 그리고 USB DAC를 통해 PCM은 32비트/384kHz, DSD는 DSD 256을 지원하고 있으며, 동사의 기기들과의 연동을 위한 SimLink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주요 기능만을 나열하더라도 지면이 가득 찰 정도로 다기능을 갖춘 고성능 디지털 플레이어이다.

청음은 두 가지 방향으로 리뷰가 진행되었다. PC와 USB를 통한 DSD 재생과 MiND를 통한 타이달 서비스. 먼저 DSD 음원으로 자크 루시에 트리오의 바흐 이탈리아 협주곡을 선곡해 보았다. 피아노는 유난히 건반의 터치를 강조해 주었고, 베이스는 불필요한 부밍 없이 깔끔하게 저역을 완전히 통제해 주었으며 적극적인 인상이다. 드럼은 한발 물러나 있으며, 심벌은 잘 정리된 고역으로 짧은 잔향을 만들어낸다. 간결하지만, 경쾌하고 명료한 울림으로 쉽게 여운이 사라지지 않았다.

타이달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여성 보컬 곡으로 캐서린 배틀이 부른 ‘Somewhere Over The Rainbow’을 선곡해 보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스피커 중앙에 지나칠 정도로 정확히 자리 잡혔는데, 이는 780D의 가장 큰 장점으로 스테이지 표현력이 정확하다는 이야기이다. 맑고 투명한 그녀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숨소리까지 여과 없이 재생되었고, 어쿠스틱 기타 현의 리얼함이 돋보인 무대이다. 대편성 곡은 말러 교향곡 5번 중 1악장을 피에르 불레즈가 지휘하는 빈 필의 연주로 들어 보았다. 악기의 거리가 정확하게 표현되며, 완급 조절도 정확히 이끌어 내기 때문에 1악장의 웅장한 분위기에서 각 악기들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표현되었다. 스테이지는 넓게 가져가기보다는 스피커의 사이즈를 고스란히 반영해 주며, 불필요한 과장은 조금도 용납하지 않았다.

사운드를 정리해 보자. 우선 음의 분해력이 좋고, 스테이지는 녹음의 환경을 그대로 반영하듯 과장 없이 표현했다. 음의 초점이 정확하기 때문에 사운드의 몰입도가 좋았는데, 한마디로 780D는 소스기기의 충실함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들려주는 제품이다. 리뷰를 통해서 살펴보았지만, 문 에볼루션 780D는 플래그십 모델답게 현재 심오디오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아내기 위해 고민한 제품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그만큼 디지털 플레이어의 장점들을 잘 살려내었고, 사용자 측면의 배려까지 고려한 최신 스마트 환경에 대응하는 제품으로 부족함이 없다. 만약 DSD DAC와 스트리밍 플레이어가 결합된 하이엔드 플레이어를 고민한다면, 이번 780D는 반드시 들어봐야 할 제품이다.